파는 것이 HRD이다

최근 5년 내 책들 중에서 가장 저평가된 책을 들라고 하면 개인적으로 다니엘핑크의 파는 것이 사람이다(To Sell is Human, 2012)를 빼놓을 수 없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 책이 모든 영업인을 포함해서, HRD 담당자들의 필독서가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이 책은 HRD 환경의 변화를 생생하게 설명하고 있다. 전반부에 설명되어 있는 풀러브러시社의 방문판매원들의 사례는 매우 흥미롭다. 예고 없이 고객의 현관문을 두드리고 발을 밀어 넣어(a foot in the door) 상품을 판매하는 영업방식이 낯설지 않다. 하지만 세상은 변했다. 2012년 2월에 풀러社는 파산했고, 그들은 방문판매의 핵심 아이템이였던 브리테니커 백과사전의 종이책 생산 중단과 함께 역사 속으로 퇴장하였다.

풀러맨(풀러社 영업사원)들이 영업방식이 현관문에 발 집어넣기 전략이었다면, 저자가 강조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핵심역량은 비판매세일즈(Non-sales Selling)이다. 상대가 원하는 것과 내가 제공할 수 있는 것 사이에 조화를 이루면서, 상대에게 영향력을 미치고, 설득하며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관점이다. HRD환경도 필수교육과 승진자격 등으로 강제된 ‘Push 방식에서 자발적 참여를 기반으로 한 ‘Full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저자는 세일즈맨은 죽지 않았다. 바로 우리들 자신이 세일즈맨이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한다. 같은 맥락으로 변화된 HRD환경에서 HRD담당자들은 죽지 않는다. 왜냐하면 바로 우리들 모두가 그 역할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 이 책은 현시대의 HRD담당자를 위한 생존의 무기를 제시하고 있다. 먼저 기업가정신과 창업자 정신이다. 스타트업과 같은 신생 소규모 회사에 HRD Specialist나 프로그램 평가전담가가 배치될 리 만무하다. 저자는 이런 호사(?)를 기대하지 말고 자급자족형 장인’(self-sufficient “artisans”)이 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프리에이전트가 되라는 것이다. 사업계획, 전략수립, 협상, 직원동기부여 등 모든 일에 혜박하고 성과를 내야하며, 최소한 관심을 갖고 스스로 개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와 함께 유연성(elasticity)도 강조한다. 기술영업과 유사한 전진배치 엔지니어(forward-deployed engineers)의 예를 들면서, 위기를 극복하고 실질적인 성과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갖춘 HRD담당자의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셋째, 이 책은 극한 상황임에도 마지막까지도 사람과 HRD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고 있다. 격양(irritation)과 격려(agitation)의 대비는 매우 돋보인다.두 단어 모두 사람을 흔들어 변화시킨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격양은 타자(他者)가 변화의 주도이지만, 격려는 학습자가 주도권을 갖는다. ‘학습자를 체스판 위의 졸이 아니라, 게임의 완전한 주도자로 만들라는 저자의 의견도 매우 설득력을 갖는다. 저자는 세일즈맨의 죽음이나 글랜게리 글랜로즈(Glengarry Glen Ross) 방식의 영업에 대한 막연한 회의와 걱정을 다음 한 문장으로 일소해버린다.

‘21세기의 두 번째 10년을 보내고 있는 지금, 영업에 관해 논의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논의는 죽음이 아닌 새로운 탄생(a birth announcement)을 알리는 것이어야 한다(p. 30).

위기의 시대 HRD 환경에서도 다니엘 핑크의 ‘To Sale is Human’과 같이 담당자들의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해주면서도 강력한 성장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시대의 예지들이 좀더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