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사(策士)'는 누구인가? 곁에 두고 가장 신뢰하며 사소한 것이라도 묻고 질문하는 사람일 것이다. 나에게는 책사 대신 '표지싼 책'이 딱 한 권 있다. 표지로 사용한 종이가 누렇게 변색이 되었지만, 손때가 묻어갈수록 그 책에 더 애착이 더해간다. 그만큼 많이 봤다는 뜻이다. 늘 백팩 앞주머니에 가지고 다니며, 위치가 확인 안되면 불안감마져 느끼곤 한다. 바로 홍자성의 채근담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사람 중 상위권은 바로 '리더'라고 생각한다. 세상을 멀리보고 크게 볼 수 없다면 리더가 될 수도 없으며 되어서는 안되는 일이다. 당연히 내면의 갈등과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외로움을 혼자만 감당한다는 것은 비참하면서도 위험한 일이다. 그 외로움이 중대한 시점에 발목을 잡을 수도 있으며, 중용이 아닌 독선으로 왜곡되어 일을 크게 그르칠 수 있다.  


이런 외로움 속에서 리더에게 가장 큰 힘이 되는 것은 믿고 의지하며 의논할 수 있는 사람, 즉 책사이다. 때로는 자신의 생각을 점검해주고, 실행의 방향성과 진도를 체크해주며, 부족한 부분은 따끔하게 질책해줄 수 있는 그런 '용감한 팔로워'를 모든 리더들은 간절히 바라고 있다.  


하지만, 프리에이전트(Free Agent)의 시대에서 모든 사람들은 리더이다. 일의 경중이나 담당업무만 찾는 안일함이 통하지 않게 된 것이다. 결국 과거와 같이 특정 부하직원이나 후배들을 나의 '책사'로 활용하기는 어려운 여건이 되고 있다. 그(녀)도 프리에이전트인데(이어야 하는데), 한 개인만을 보좌하는 개인이라는 개념조차 생소해지는 것이 옳지 않을까? 이런 상황의 최적 대안은 바로 '책사'가 아닌 '책'이다. 그 일등 책사역할을 하는 나만의 책은 "채근담"이다.  

  

[상황1] 


한 팀에서 일하는 후배 A대리가 마음에 안들고 번번히 나를 속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채근담 162] 


남을 믿는 사람은 남이 반드시 성실해서가 아니라 자기 스스로 성실하기 때문이며, 

남을 의심하는 사람은 남이 반드시 속여서가 아니라 자기가 먼저 속이기 때문이다. 


[상황2] 


무척 중요한 프로젝트의 핵심단계이다. 내 역할과 의사결정이 회사이 손익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표현은 못하지만 속으로는 매우 긴장되고, 그래서인지 집중을 못하고 생각만 많아진다.  


[채근담 75] 


마음은 언제나 비워 두지 않으면 안 된다.
비어 있으면 정의와 진리가 와서 산다.  

마음은 언제나 채워 두지 않으면 안된다.

꽉 차 있으면 욕심이 들어오지 못한다.  


[상황3] 


나의 은근한 경쟁자인 B부장이 눈에 거슬린다. 말은 참 잘 한다. 본부장님 눈치만 보고 좋아하시는 말만 하는 것 같다. 나는 실력과 성과로 증명하는 스타일인데, 참 거슬린다. 


[채근담 62] 


참된 청렴에는 청렴이라는 이름조차 없다.  
그러므로 청렴하다는 이름을 얻고자 함은 바로 탐욕스럽기 때문이다.  

큰 재주에는 교묘한 술책이 없다.  

그러므로 교묘한 술책을 부리려는 것은 바로 재주가 졸렬하기 때문이다.  



학습의 완성은 성찰(Reflection)이라고 믿는다. 아무리 좋은 강연을 듣고 최고의 책들만 구해 읽어도, 또한 중요 프로젝트 과정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고 하더라도, 가장 중요한 것은 그 핵심에 대한 성찰과 내면화과정이어야 한다. 엄청난 학습량에 비해서 자기 내면화 정도가 낮은 것 같아 고민하는 분들에게, 이땅의 모든 리더와 프리에이전트들에게, 약 450년 경력의 전문 책사, '채근담'을 추천한다. 






기사 원문보기 링크: http://lltimes.kr/?p=2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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