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보면 한 번 읽고나면 이제 되었다는 느낌을 주는 책이 있고, 다시 반복해서 읽고 싶은 마음이 드는 책이 있다. 개인적인 독서 습관 때문에 후자에 해당하는 책을 좋아하는데, 한 번 읽고 끝내기 보다는 읽으면서 잘 정리해서 2회독 이상부터는 정리한 노트와 같이 읽는 맛이 솔솔하다. 더불어 심하게 후자쪽인 책은, 원서와 함께 읽고 핵심용어들의 영문표현도 함께 기억하는 작업도 매우 재미 있다. 

이런 독서습관은 직장인들에게 매우 유용할 것 같다. 첫째, 기억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3~400페이지 이상을 잘 정리해서 기억하고, 궁극적으로 업무나 생활에 적용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일상의 업무와 일과로 일정표가 빼곡한 직장인들에게는 더 그렇다. 둘째, 대화의 언어 품질이 향상된다. 책에 메모해 놓은 단어나 줄쳐진 문구들은 아무래도 일상 대화 중 기억해내기가 어렵다. 하지만 독서 노트는 자주 꺼내볼 수 있어, 자연스럽게 복습이 되고 실제 사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셋째, 부가적으로 만드는 업무 보고서의 품질도 올라간다. '지난 번에 봤던 그 책에서 봤던 프레임이 이 기획서의 메인 프레임으로 적합하겠는데'라는 생각이 들면, 바로 독서 노트를 꺼내보고 장표를 프로토타이핑 하면 된다.

최근 내 독서노트의 분량을 현저하게 늘려놓은 책이 있다. 전작 '어번던스(Abundance)'로 깊이있는 인사이트를 줬던, 피터 다이어맨디스와 스티븐 코틀러의 새 책 '볼드'이다. 

이 책의 제목인 볼드는 '대담하고 도전적인 생각이나 이를 실행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굳이 미래나 인류의 차원까지 가지 않더라도, 우리의 일상에서 미래의 나와 조직의 운명을 고민한다면 누구나 꼭 읽어야 할 책이다. 이 책을 한 문단으로 요약한다면 이 부분이 빠질 수 없다.

"사람들은 '열정(Passion)'을 좋아한다. 열정을 목격하면 사람들은 기꺼이 도우려고 한다. 그리고 열정은 가짜로 흉내 낼 수 없다. 사람들은 날조된 것을 대번에 알아보기 때문이다. 중고차 영업사원, 장터의 호객꾼, 표리부동한 정치가가 우리를 화나게 만드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166페이지)"
 
이 부분을 처음 읽을 때는 깊은 전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왜 앞에서 자신이 기하급수기술(exponential technology)이나 코닥의 실패사례들을 장황하게 설명했는지 단번에 이해시켰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제 더이상 과거의 '지역중심적'이고 '산술급수적인' 마인드로는 경영을 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고 말한다. 새로 런칭하는 스타트업이든, 오랜 역사를 가진 전통기업이든 비즈니스에 종사하는 모든 이들에게 남은 선택은 두가지 뿐이라고 깔끔하게 정리한다. "스스로 파괴적 혁신가가 되거나, 다른 회사에 (그렇게) 파괴당하거나 둘 중 하나이다."

심리학자 에드윈 로크가 말했듯이, 과거의 영광에 의존하거나 과거의 성공이 현재나 미래에도 유지된다고 생각하는 기업은 망할 수밖에 없다. 또한 훌륭한 리더들은 모두 더 먼 곳을 보는 능력이 있으며, 그 비전을 향해 회사를 끌고 갈 확신을 갖고 있다는 사실도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다. 척박한 환경에서 현재 속한 조직을 넘어서 평생학습과 HRD의 미래를 걱정하고 실행력을 집중할 방향성을 고민하는 구성원들 모두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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