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는 말

1. 모든 분들에게 깊이 감사드립니다. 어리석은 탓으로 제가 저지른 허물은 앞으로도 계속 참회하겠습니다.

2. 내것이라고 하는 것이 남아있다면 모두 '사단법인 맑고향기롭게'에 주어 맑고 향기로운 사회를 구현하는 활동에 사용토록 하여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그동안 풀어놓은 말빚을 다음 생으로 가져가지 않으려 하니, 부디 내 이름으로 출판한 모든 출판물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아주십시오.

3. 감사합니다. 모두 성불하십시오.

2010년 2월 24일 법정 (속명 박재철)

◇상좌들 보아라

1. 인연이 있어 신뢰와 믿음으로 만나게 된 것을 감사한다. 괴팍한 나의 성품으로 남긴 상처들은 마지막 여행길에 모두 거두어가려 하니 무심한 강물에 흘려보내주면 고맙겠다. 모두들 스스로 깨닫도록 열과 성을 다해서 거들지 못하고 떠나게 되어 미안한 마음 그지없다. 내가 떠나더라도 마음 속에 있는 스승을 따라 청정수행에 매진하여 자신 안에 있는 불성을 드러내기 바란다.

2. 덕조는 맏상좌로서 다른 생각하지 말고 결제 중에는 제방선원에서 해제 중에는 불일암에서 10년간 오로지 수행에만 매진한 후 사제들로부터 맏사형으로 존중을 받으면서 사제들을 잘 이끌어주기 바란다.

3. 덕인, 덕문, 덕현, 덕운, 덕진과 덕일은 덕조가 맏사형으로서 존중을 받을 수 있도록 수행을 마칠 때까지는 물론, 그 후에도 신의와 예의로 서로 존중하고 합심하여 맑고 향기로운 도량을 이루고 수행하기 바란다.

4. 덕진은 머리맡에 남아있는 책을 나에게 신문을 배달한 사람에게 전하여 주면 고맙겠다.

5. 내가 떠나는 경우 내 이름으로 번거롭고 부질없는 검은 의식을 행하지 말고, 사리를 찾으려고 하지도 말며, 관과 수의를 마련하지 말고, 편리하고 이웃에 방해되지 않는 곳에서 지체없이 평소의 승복을 입은 상태로 다비하여 주기 바란다.

2010년 2월 24일 법정 (속명 박재철)

서울 성북구 성북동 323


★제이엠의 돌려읽기★
Leader로서 그가 남기신 글의 핵심은 세가지인 것 같다. 반성, Succession Planning, 소외받는 사람에 대한 격려 등이 그것이다. 

1. 리더는 항상 자신의 리더십 스타일에 반성하고 과연 그것이 조직의 Performance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나 자신의 독단인지 의문을 가져야 한다. 법정스님은 늘 자신의 괴팍한 리더십 스타일에 대해서 자문해왔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고민 속에서 그는 자신만의 스타일의 정당성을 찾았을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는 평생동안 해온 고민과 확신에 대한 마지막 미안함을 표현한 것이다. 고민한 리더, 생각이 있는 리더, 구성원을 늘 생각하는 리더는 마지막도 아름다운 주된 이유이다. 

2. 마지막 순간에도 맞상좌의 성장과 처신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시는 모습에서, 그가 평소에는 
얼마나 후배 육성과 성장에 관심을 보이셨을지 짐작이 간다. 이는 단순히 사수에 대한 애정을 넘어 조직의 영속과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발판을 남기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나의 리더십 발휘에만 신경쓸 것이 아니라, 나의 부재중 혹은 나 다음의 리더십 영향력을 생각할 수 있는 리더가 몇명이나 될까? 업무가 바빠서 교육을 못오는, 나 없으면 보고체계가 흐트러진다는 대부분의 국내 기업 리더들에게는 많은 생각의 꺼리를 제공해주신다. 

3. 리더는 들뜨게 된다. 리더로서의 책임과 함께 제공되는 Position Power는 차칫 그들을 환상에 
빠지게 할 수 있다. 접촉의 대상을 가르고, 관심과 존중의 대상을 편향적으로 만들 수 있다. 그 환상의 중심에 내가 있다는 착각을 제공하기도 한다. 하지만 스님은 마지막 순간에 막내 애제자에게 4개의 항목밖에 안되는 유언문구의 한 항목을 '내게 묵묵히 세상을 읽을 수 있도록 도와준 낮고 이름없는 사람'에게 할애하셨다. '항상 낮은 곳을 보아라. 그럼 모두를 보게 될 것이다.'라고 그의 특유의 괴팍함 속의 부드러움으로 소리치시는 것 같다. 

오늘 느끼는 리더상은 아무 것도 소유하지 않았지만 모든 것을 소유한 '무소유의 Leadership'이다. (2010. 3. 18 / 이른 아침 후인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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